주식시장에는 그 동안 수많은 투자 지표들이 연구 개발돼왔다. 주가수익비율(P 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각종 지표들을 분석한 자료를 내놔 투자자들의 투자를 돕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조금 다르다. 속칭 부동산 선수들이 동물적인 투자 감각 에 의해 ‘감(感)’으로 투자를 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그대로 따르는 식이다. 그리고 정부 정책이나 계획에 의해 투자자들의 투자 방향이 변경되기 일쑤다. 결국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선수들이 ‘감(感)’ 잡은 지역이나 부동산 정책의 수혜를 받는 곳에 목돈을 묻어두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흔히 말 하는 ‘묻지마 투자’가 부동산 투자 패턴으로 굳어진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만 탓할 수도 없다.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처럼 가격 지표나 과학적인 투자 기법이 체계적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과학적인 통계 지표가 일반화 될 전망이다. 이미 간접투자시 장이 확대되면서 리츠(REITS)가 주식에 상장되고 수익률이 거래소에 공개되는 등 과거보다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투명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에서는 아파트 매매·전세가와 상가 임대료, 권리금 등을 조사 해 인터넷에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은행, 토지공사 등 공신력 있는 기 관에서 집계한 가격 지수와 데이터가 부동산 투자 지표의 표본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에서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연립 주택의 매매·전 세가 지수를 평형별·지역별·월별·연도별로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 매수· 매도 동향과 매수·매도 우위, 지역별 매매 활성화 추이 등의 데이터도 집계하 고 있다.

토지 부문은 토지공사에서 시·도별, 연도별, 분기별 지가지수와 주거·상업· 관리 등 용도지역별, 전·답·임야 등 이용상황별로 조사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오피스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샘스와 저스트알 등 여러 부동산 전문 업체에서 관련 데이터를 집계해 분기별로 동향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주택시장,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중요■

아파트 시장의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는 매매·전세가 변동률 외에 청약률, 계약률, 경매 낙찰가율 등이 있다. 이는 분양 및 경매, 아파트 시장의 변동 추 이와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로서, 서울시 주택국과 국민은행, 부동산정보업체 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는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주식시 장으로 치면 주가수익비율(PER)과 비슷한 개념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은 해당 지역의 주거 선호도를 나타내는 등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서울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 정도 된다. 전세가가 매매 가보다 40% 정도 싸다는 얘기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으면 해당 지역 또는 아파트의 전세 수요가 적은 것을 뜻한다. 반대로 전세가 비율이 매매가보다 높으면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80%로 매우 높은 편 이다. 소형 아파트는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반 면 30평형대 이상으로 평형이 커질수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크게 떨어 진다.

흔히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가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다. 이들 아파트의 매매 가는 재건축 이후 시세 상승 및 주거 환경 개선에 따른 미래 가치가 반영되는 데 반해 전세가는 현재 주거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저스트알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전세가 비율이 가 장 높았던 지역은 광주(70.10%)이며, 가장 낮았던 지역은 29.18%에 불과한 강 남권이었다. 강남지역의 전세가 비율이 낮았던 것은 재건축 단지가 많은 점과 함께 임대 수익보다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주택 금융과 관련된 지표도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 금융의 이용 실태를 파악해 주택 금융 제도의 개선 및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은 주택 구입을 하는데 대출 금융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는 지표다. LTV란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 로 대출해 줄 때 적용하는 주택의 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한도를 의미한다.

LTV는 기준시가가 아닌 현 시세의 일정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주택 담보대출 비율이 60%라면 시가 1억2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식이다. 가계대출 에 대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들이 투기과열지역의 아파트 담보대출 비율을 70~100%에서 60%로 일제히 내린 바 있다.

■오피스 공실률, 기업 경기 반영■

월소득 대비 주택 구입 가격비(PIR : Price Income Ratio)는 수요자가 몇 년치 소득을 저축해야 대출 받지 않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다. 국민은행에서 조사하는 PIR은 주택을 구입한 가구 또는 2년 내 구입을 희 망하는 가구의 연소득 대비 구입한 주택 가격의 비율을 가구별로 계산해 지역 별, 계층별로 평균한 값이다.

연소득 대비 대출금액비(DTI: Debt To Income Ratio)는 주택 대출금액이 연소 득의 몇 %인가를 나타내는 지표. 월소득 대비 월상환액 비율(PTI :Payment To Income Ratio)은 월소득을 기준으로 하며, ‘한국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심 사 기준에 사용되는 DTI 지표와 동일하다.

또한 한계부담률은 현재의 대출 금액에 대해 실제로 부담하고 있는 상환액이 아니라 현재와 향후 가구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가구가 최대한 부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출상환금액(원금+이자)의 비율로 계산한다.

한편 오피스 부문에서는 공실률, 임대율, 환산전세가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중 공실률(Vacancy Rate)이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 고 있다. 공실률은 빌딩 내에 임대되지 않은 빈 사무실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다.

오피스 공실률이 높다는 것은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공급 과잉 또는 경기 불황이나 기업 경기가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반대로 공실률이 거의 없다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임대료 및 관리비 인상과 건물가격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강남권, 여의도권, 도심권 등 권역별로 오피스 공실률을 비교한 데이터를 통해 각 권역별 시장 상황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최근 강남권역의 공실률이 낮아지면서 빌딩 매매가와 관리비가 높아진 반면, 여의도권역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업체들의 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빌딩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료 상승폭이 둔화됐다.

결국 이러한 부동산 지표를 숙지해 두면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이해해 언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투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와 시장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각종 부동산 통계 지표는 주택, 상가, 오피스 시장의 거울인 셈이다.

<매경이코노미 김소진 노블에셋 기자>